내가 여기서 제일 운동 안한다.... 는 바로 그 뜻이랍니다. 마라톤 때문에 서울 가셨다가 동대문가서 구매하셨다고 한 저 정체성 가득한 모자를 쓴 이 팀의 (진짜) 대장님을 구축으로 아침 일찍 일본의 나가노 지역으로 출발했어요.
산 건너 ~ 강 건너 ~
첫날은 숙소로 이동하기 위한 시간으로
다 지나가긴 했지만
중간중간 날씨가 좋아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나가노 지역은 소바가 유명하다고 하더라고요. 역 근처 소바집이였는데 이 가게 안에는 벌써부터 등산객들이 엄청 많았어요.
그리고 벽에는 유명해 보이는 사람들의 사인들이 엄청 붙어 있었고 또 한 쪽 벽에는 사장님의 바디 프로필 사진이 붙여있었어요. 벽들만 봐도 이 가게는 심상치 않은 가게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만큼 맛도 있었다. 감동 .. 의 맛 ..
전철 내리자마자 약간 쌀쌀했어서 그런지 이 따듯한 소바가 첫 끼로 더 제격이어요! 츄베릅!
이 모임에서 나는 막내 응애이기 때문에 ^^
숙소 가면서 먹으라고 과자도 받았어요 데헷 ~
산 중턱이다 보니 나고야랑 공기 자체가 달랐어요. 차갑고도 상쾌한 느낌?
오랜만에 이렇게 푸르름에 둘러싸여있는 느낌이 들어 참 좋았네요.
역사가 긴 숙소여서 그런지 엄청 낡았었어요. 근데 또 그게 왠지 정겹기도 했네요. 방으로 햇살이 촤 ~ 악 들어오는데 순간 오랜만에 날 좋은 날 할머니 집 마루에 누워 뒹굴 거릴 때 느꼈던 기분이 들었어요.
오늘은 숙소로 이동만 했을 뿐이었는데 왠지 엄청 피곤했어요. 이때부터 벌써 저질 체력인 것 같아 내일 등산에 대한 걱정 X 100
정말 사진처럼 햇살을 맞으면서 누워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네요.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을 것만 같았던 햇빛 🕊️
정갈했던 숙소에서 먹은 저녁 밥.
산에서 나온 것들로 이루어져있었던 반찬들.
역시 맛도 있더라 ~
이렇게 산 중턱에 있어서 사람들이 오기도 힘들고 엄청 오래되어서 낡은 숙소인데 만화책들이 꽤 놓여 있었어요. 말로만 듣던 종이책 <나나>가 있는게 신기해서 찍었어요. 근데 읽지는 않았습니닷 푸핫 ~
그리고 이 숙소가 이렇게 까지 오래 유지할 수 있던 이유는 바로 온천이 있기 때문이예요. 정말 신기했던건 숙소 입구부터 유황 냄새가 나더라구요. 꼬릿꼬릿한데 은근 중독성 있는 냄새 킁킁
조그마한 탕에 옹기종기 들어가 있었던 것도 재미있었고 따뜻한 탕에 기분이 정말 좋았네요.
저희팀은 아침 6시부터 등산을 시작했기 때문에 숙소에서 아침 밥을 준비해주셨어요. 근데 일본 분들은 이 주먹밥이 맛이 없다고 했어요 .. (충격) 주먹밥이 맛이 없을 수 있다고 ?!!
난 맛이 있던데 ....그래서 야무지게 제가 다 먹었어요 ㅎㅎ🍙 🍙
첫 등산이라 한국도 필수인지 잘 모르겠지만 산에 오르기 전 무조건 인적사항을 적어서 제출해야했어요. 만일의 상황을 위해 이름과 주소 그리고 긴급 전화 번호를 적어 제출했네요. 안전을 위해 이런 장치들이 법으로 되어 있는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한국도 등산 하기 전 이런 걸 적어서 제출하나요? 아는 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가 오른 산은 텐쿠다케(天狗岳)라는 산이었어요. 아니 나 첫 등산이라고 했는데 ... 굉장히 가파른 '돌' 산이었어요. 엉엉
제가 생각했던 등산과 다르게 다리를 써서 산을 오르는게 아니라 온 몸을 써서 올라가야해서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어요..
산 중턱쯤 가니 만날 수 있었던 베이스 캠프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고 특정 시간이 되면 밥과 커피를 파는 것 같았어요.
아! 그리고 신기했던건 산을 오르는 도중에 만나는 사람들과는 모두 '안녕하세요~' 라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더라구요. 일본 문화인건지 등산 문화인지는 모르겠어서 혹시 아시는 분이 있다면 이것도 알려주세요!
모르는 사람이랑 그렇게 서로 인사하는게 신기했어요. 처음에는 뻘쭘하고 부끄러웠는데 시간이 지나니 산이라는 공간에 괜히 동질감을 느껴 나중에는 제가 먼저 적극적으로 인사 할 정도로 재미있었고 좋은 문화라고 생각했네요.
그리고 제가 아이스크림 판다 길래 말벌 아저씨처럼 달려갔어요. 산에서 먹는 아이스크림 못참지 ~ 하고 구매했어요. 초코 바나나 .. 였는데 흥 맛도 없더라. 엄청 딱딱하고 차가와서 이 시려서 먹기 힘들었어요 ^_^ ;;;
정상으로 가기 전 만난 호수.
호수에 하늘이 비치는데 너무 아름다웠어요~
예약된 버스 시간 때문에 도저히 정상까지는 가기 힘들겠다 판단하고 대장의 지시에 모두 다음을 기약하며 내려가기로 했어요.
내려오는 길에 좀 더 낮은 정상을 들렸는데! 이 돌들 보이시죠?! 올라가는데 너무 무섭고 힘들었었어요. 그래도 바위에서 보는 풍경이 그 힘듬을 다 잊게 만들더라구요. 무엇보다 저에게는 왜 힘든 등산하는지 알 것 같은 순간이였어요.
오전 6시에 올라가기 시작해서 약 3시쯤 내려왔던 것 같아요. 내려오자마자 만난 더 큰 호수. 알고 보니 다들 이 호수를 중심으로 핀 단풍을 보기 위해 산을 오른다고 하더라고요. 단풍은 없었지만 그래도 제 눈에는 엄청 아름다웠어요.
열심히 등산한 후 내 등산화는 밑창이 분리됐어요. ㅋㅋ 엄마한테 빌린 등산화였는데 .. 허허
그래도 다들 집에 가는 길에 밑창이 생명을 다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했어요. 생각해보니 등산 중에 신발이 망가졌으면 그건 아찔하긴 하네요...
다시 나고야에 잘 도착하고 이모가 헤어지기 전에 파스 무더기로 챙겨주셨어요. 다음날 다시 학교도 가야 하고 알바도 있었기 때문에 스트레칭도 충분히 하고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잤네요. 그래서 그런지 걱정했던 것보다는 덜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ㅎㅎ ..
안 힘들었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겠지만 너무 재미있었고 인생의 새로운 경험을 또 새로운 사람들과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네요.
그리고 등산 하는 동안 인생에 관한 생각보다 정상에 오르는 것, 무사히 내려오는 그것 하나만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진짜 힘드니까 등산 하는 동안 아무 생각도 안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이 산 덕분에 자신감이 생겨 다음에는 한국 여행 겸 한라산 등반을 기약하며 헤어졌어요. 한라산 때는 꼭 정상까지 가야지!
💌
도쿄 가기 전 다음 달 돈도 걱정되어서 등산의 여파가 끝나지 않았지만 바로 알바를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어요. 학교 끝나고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게 버겁게 느껴지는 날도 분명히 있었지만 작은 마음들 덕분에 하루하루 잘 버틸 수 있었어요. ㅜㅜ
한국어 공부 하는 친구가 써준 내 이름 ㅎㅎ
'면'과 '명'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도 '히'랑 '희'를 고민하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네요.
이 날은 어학원 친구들이랑 다같이 처음으로 일본에서 고기 무한리필 가게를 갔어요. 근데 왠지 고기 사진은 없고 .. 다같이 마지막에 시켜먹은 아이스크림 사진만 있네요. 근데 이 아이스크림도 무한리필이거든요?! 근데 저는 고기보다 이 아이스크림이 더 기억에 남아요.. 진짜 지금도 한 5개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너무 맛있었다 ;;;
다른 날은 친구들끼리 스위트 무한리필 가게에 갔어요. 근데 왠지 케이크보다 사이드로 먹을 수 있던 우동이 더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무한리필로 먹을 수 있어 감동이였던 샤인머스켓 ㅜㅜ
일본에 오고 난 후 과일이 비싸기도 하고 혼자 사니까 가격이 부담되서 못 먹었던 과일들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따. 우헤헤. 샤인 머스켓은 또 먹고 싶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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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시작할 때 쯔음부터 저는 김오키의 '더 많이 껴안을 것을' 이라는 노래를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노래가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진짜 사는 동안 더 많이 껴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어서 다짐하는 마음으로 듣는 때도 있었어요.
근데 이번 10월은 특히 내 능력 외의 것들을 껴안으려고 하다보니 탈이 난 달이기도 했던 것 같네요. 어느 순간 내가 나를 돌보는 것조차 너무 버거웠고 나를 돌보는 것도 버거우니 다른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이번에도 이런 시간을 지나면서 여전히 저는 뭐가 그리 무서운게 많은지 내 평안이 위협 받는다는 생각이 들면 극도로 예민해지기도 하고 그 무서움의 싹을 짜르기 위해 혈안이 되기도 한다는 걸 느꼈어요. 결국 인생 쪼렙(?)을 인정하고 나니 더 이상 모난 내가 미워지지는 않았네요. 오히려 지금 모나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다음에는 덜 모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늦지 않게 둥글어져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