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언젠가부터 새로운 달을 맞이할 때 그 달의 목표들을 정하는데 .. 이번 달도 총 6개의 목표 중 5개의 목표를 성취했더라구요. 물론 목표가 엄청난 것들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자잘한 목표일지라도 한 달 후 그 목표에 거의 도달해있는 저를 발견할 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그 순간 기록의 힘을 느끼는 것 같아요.
벌써 2024년의 5번째 목표 설정이라는 것이 .. 시간의 흐름은 종종 참 무서운 것 같아요.
첫 뉴스레터니까 제가 일본에 와서 약 한 달동안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 꽉꽉 담았어요.
부디 .. 읽는 순간 즐겁기를 바라며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시작이 조하
고맙게도 일본으로 출국할 때 오빠가 인천 공항까지 데려다줬어요. 그래서 쿨하게(?) 헤어질 수 있었기에 좋았습니다.
오빠랑 헤어지고 공항에 혼자 있으면서 참 낯설었어요. 공항에 혼자 있는 것도 비행기를 혼자 타는 것도 역시 처음이었기에 긴장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어요. 이륙을 기다리며 '이 비행기를 타면 한국에 두고 온 모든 것들에 비해 더욱더 큰 가치를 정말 얻을 수 있는 걸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도 했네요.
상황이 긴장되고 걱정될 때 저한테 써준 친구들의 편지나 해줬던 말들이 정말 힘이 됐어요!
여전히 남겨준 문자나 편지들을 종종 읽어요. 아마 일본에 있는 동안 계속해서 읽을 것 같아요.
저의 안녕을 기꺼이 바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한 일이구나 직접적으로 느낀 일이에요.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고 이야기 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
무사히 일본에 도착해 일본에 있는 가족들에게 환영받았어요!
제가 일본 그리고 나고야에서 1년 해외 경험을 하기로 결정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일본에 사시는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였거든요.
일본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따듯한 환영 인사 또한 좋았는데 선물과 다과까지 준비해 주셨어요.
제가 먹은 치즈케익은 고소하고 .. 달고 .. 부드럽고 (대충 기영이 짤)
2일 차에는 막내이모와 이모부의 귀엽고 따듯한 아침 밥까지 __ ! 보통 유학생들이라면 1일 차부터 혼자 있을 텐데 타국에도 저를 환영해 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거구나 생각했어요.
이 사진에는 일본 _ 할머니가 친구분들과 열은 바자회에서 얻은 귀여운 인형들이 있어요. 짐이 될까 고민했는데 이 인형들이 없었다면 저는 .... 어떻게 기숙사에 적응했을지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생활용품들이 많이 필요했는데 여기서 잔뜩 구매했어요. 기숙사로 간다고 하니 할머니께서 따로 챙겨주신 정갈하고 귀여운 접시들까지!
동네 사람들에게 바자회를 소개하는 할머니와 자연스럽게 모여 허물없이 인사를 주고받는 이웃들의 모습은 왠지 그리운 모습이기도 했어요. 요즘 한국에서는 동네에서 주체하는 바자회 자체를 보기 힘들고 많은 이웃들이 한 곳에 모여 서로 대화 하는 모습은 쉽게 보기 어려운 것이니까요. 일본에 온지 이틀 만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모 동네도 함께 산책하고 동네 축제 기간과 맞아서 사쿠라(桜) 축제(まつり)도 다녀왔어요. 기상 이변 때문인지 올해는 벚꽃 없는 벚꽃 축제였다고 했지만 그래도 마을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모여있었어요.
처음 간 일본 축제는 대학교 축제 느낌이기도 했어요. 음식이나 물건 판매 부스도 있고 캠페인 부스도 있었어요. 원래는 공연 같은 것도 있다고 하는데 이른 시간에 가서 그런지 공연은 못 봤어요.
또 초등학교에서 열린 축제여서 그런지 소방관, 경찰관 분들이 안전교육 부스도 따로 하고 있으셨어요. 경찰분들이 진짜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를 타봐도 된다고 해서 얼떨결에 사진도 찍었습니다. 오토바이가 작아보이는데 막상 타면 그렇지 않습니다 ^-^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이모와 함께 일본에서는 귀한 냉이도 캤답니다. 일본에서 냉이를 별로 안 먹어서 그런지 저희가 캐는 걸 보고 주변 이웃분들이 뭘 저렇게 캐는 거지 궁금해하셨어요. 냉이는 못 참는 한국인. 왠지 그 상황이 너무 웃겼어요.
본격적으로 기숙사로 이사하기 전, 모두가 있었기에 따듯한 시작을 할 수 있었어요.
이제 혼자만의 생활을 시작!
이사와 더불어 첫 주는 워홀(유학)의 3대장이라고 불리는 .. 재류카드 + 핸드폰 개통 + 은행 계좌 개설를 끝내는 목표로 한 주를 보냈는데 .. 너무 고통스러웠단 것는 밖에 ... 이 일들 때문에 1년치 스트레스 이때 다 받았던 것 같아요 ^^ ㅠ 외국인으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몰랐어요. 이렇게 내가 신용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직접이든 간접이든 증명해야 한다는 것을요. 이때 처음으로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스마트폰으로 혹은 전화로 쉽게 간단히 증명되었던 나를 .. !
이제는 많은 서류들로, 기관들의 도장과 이름을 빌려 나의 신용을 보여줘야 하는 일이 순간 버겁게 느껴졌어요... 말은 안 통하지, 일본에서 나를 보증해 줄 사람은 없지(저는 이모가 있어서 그나마 수월했던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특히 도쿄나 오사카 관련한 행정 처리 정보는 많은데 나고야는 거의 없더라고요. 특히 저희 동네... 정보가 부족해 이러저리 왔다 갔다 하느냐고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특히 핸드폰 개통할 때 계속해서 보류 당하고 거절 당하고 다시, 다음, 나중이 반복되는게 힘들더라고요. 낯선 나라와 낯선 동네, 낯선 길, 낯선 말, 낯선 사람, 낯선 환경들에 신경이 곤두서게 되고 긴장을 많이 하는 시간들이 제 예상보다 길어지다보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현재 3대장은 다 잘 마무리 했답니다. 해피엔딩 - 🍀
제 공간을 소개합니다 ~
제 기숙사는 방은 1인실이라 좋습니다. 나머지 모든 것은 공유하지만 ㅎㅎ
한국에서 가져온 무려 '헤어질 결심'의 패브릭! 사준 J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보내며 .. 잘 쓰고 있어요. 특히 날씨 좋을 때 보면 그렇게 이쁘답니다. 다음에는 날씨 좋을 때 사진 찍는걸로 .. ㅎㅎ
무민 콜라보 화장실 매트이지만 사고 보니 무민은 없었던 .. 방에 세면대가 있는데 양치 + 세수만 하면 바닥이 물바다가 되어서 샀어요. 하지만 화장실 매트라 일반적인 매트 모양과 다르지만 .. 물바다 방지는 잘 되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그리고 기숙사에서 일요일 및 공휴일 제외 이렇게 아침, 저녁 밥이 나온답니다. 여전히 숟가락이 아닌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 것이 어색하지만 .. 이것 또한 적응되겠죠?
약 일주일 동안 한국 집과 비슷하게 덕지덕지 붙이고 또 내 맘대로 꾸미니까 마침내 온전하고 안전한 제 공간이 된 것 같아서 뿌듯했어요.
자그마한 제 방에는 이렇게 포토존도 있답니다.
놀러오시면 다들 여기서 사진을 찍읍시다. (대신 여성만 가능 .. )
+ 그리고 저는 잘 먹고 있습니다.. (코너 속의 코너 ... )
- 여전히 맛있는 나폴리탄을 찾고 있습니다 .. 그래도 맛있었던 가지파스타랑 살살 녹는 .. 사케동
+ 5월이 되어서 맛있는 나폴리탄을 먹었습니다 !!!! 이건 다음 일기에 ..
- 눈물의 신라면과 마트에서 사온 피자와 스파게티
- 나고야 명물 히쯔마부시와 사무라이 무슨 이벤트 버거 .. 먹지 마세요 ...하지만 한국보다 감튀 많이 줍니다 🍟사랑해요 맥도날드 감튀 🍟 그리고 이 날은 맥도날드에 자리가 없어서 모르는 일본인과 합석해서 먹어서 좀 떨렸어요(?) 하지만 서로 버거에게 집중했습니다.
- 매운게 너무 먹고 싶어서 먹으러 갔던 이치란 라멘
- 렌지에 너무 오래 돌려서 터져버린 첫 미스터 도넛의 도넛들! 그래도 흥 맛도 있더라
그리고 4월 한 달은 우유 + 시리얼 , 요거트 + 시리얼 조합으로 맛있게 먹기도 했네요 ㅎㅎ 하지만 놀랍게도 시리얼 사진은 하나도 없더라구요 ... 사진으로 보니 나름 한 달 동안 야무지게 먹었네요.
누가 나고야 노잼이래 ....
신기하게도 일본 사람들도 인정하는 노잼 도시 나고야에서 뭘 하면서 놀아야 하나 했지만 .. 나름 혼자 재미있게 놀았답니다. 은행 업무를 봐야했었는데 은행 근처가 빈티지 스트릿이여서 구경도 하고 은행에서 3분 거리에 미술관도 있어서 미술관도 갔다왔어요. 건물 자체도 참 이뻤던!
미술관이 공원 한가운데 있어서 공원을 가로질러 걸어오는데 날씨가 정말 좋았어요. 동호회인지 ... 할머니 분들이 조금씩 떨어져서 각자 그림을 그리시는데 한국에 계신 할머니가 생각났어요.
빈티지 스트릿 갔다가 탬버린즈 가죽코트가 4만원 ?! 직원도 잘 어울린다고 해서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직원분은 당연히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 하겠네요 .. )
하지만 밑단이 풀려서 수선비가 무려 2만원이나 들었습니다. 우리 아파트 상가에 있으신 세탁소 아저씨가 생각나는 날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만원이 넘어간 일이 없었는데 따흑 아저씨 잘 지내시죵... 그래도 이뻐서 봐주려구요 참나
나고야에서 시작해서 유명하다는 프랜차이즈 코메다 커피도 가봤습니다. 몰랐는데 나고야에 '모닝구(モーニング)'라는 문화가 있대요. 한국에서는 '브런치'로 불리는 것 같고! 나고야에만 있는 문화는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나고야에서 먼저 시작한 문화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전 시간(모닝구 시간에 딱 걸쳐서)에 방문했더니 음료를 시키면 무려 토스트가 공짜 였습니다. 근데 진짜 따끈하고 맛있었어요. 하지만 이 커피는 .... 노우 ...
학교를 가다! (드디어 한국말을 하다 .. ㅜㅜ)
한국말을 하는 건 가족들과 통화할 때 뿐 .. 한국말로 하는 혼잣말이 늘었는데 드디어 학교 레벨 테스트 + 입학식에 오면서 한국 분들을 만났습니다. 감격스러웠어요. 근데 저 혼자 뿐만 아니라 다들 나고야에서 한국인 처음 본다고 감격해서 너무 웃겼어요. 나고야에서 특히 저희 동네에는 한국인을 진짜 본적이 없답니다. 역시 타 지역보다 확실히 한국인이 적은 곳 같아요. 오히려 조하.
이 날은 반 배정으로 인한 레벨 테스트도 보고 친구들도 사귀었답니다.
오전반 가고 싶었는데 이때는 몰랐죠 제가 오후반 일줄은 ..
레벨이 높을수록 오전반인데 지금은 오후반이여서 다행이다 생각이 듭니다 ^^
어느새 저는 이제 학교 가는 길은 지도를 안봐도 될 정도로 익숙해지고 친구들도 사귀고 학교 끝나고는 꼬박꼬박 숙제도 하고 중간 중간 시험도 잘 마무리 하고 ~ 그랬네요!
학생인 삶... 조하요 ...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졸업생 혹은 취준생 지점에서 괜히 불안해했던 시기가 있어서 그런지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오는 .. 안정감이 느껴졌어요.
드디어 기숙사에서도 친구가 생기다!
학교에서는 입학식 그리고 기숙사에서 신입생 환영회가 있었어요.
나름 기숙사 신입생(?)이라 자기소개도 했답니다. 제가 다니는 일본어 학교랑 제휴되어 있는 기숙사라 들어갔는데 외국인보다 일본인 학생들이 더 많은 기숙사였어요. 그래서 환영회에 온 학생들이 거의 일본인이였고, 한 명 한 명 일어나 자기소개를 하는데 일본인들의 평소 말하기 속도를 체감했던 날이에요 .. 진짜 말이 너무 빨라서 알아듣기 어렵더라구요!
제 차례가 되었고 이름과 한국에서 왔다고 잘 부탁한다고 인사를 했답니다.
그런데 자기소개 시간이 끝나고 자유 식사(?) 시간에 약 10명의 일본인 친구들이 와서 인사를 해줬어요 무려 한국어로!
한국어로 저한테 말걸길래 신기했는데 방탄소년단을 보면서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 친구들이 몇몇 있었답니다. 아이 러브 방탄.. 사랑해요.k-pop..
일본 노래 추천도 받았는데 웃긴 노래도 알려줬어요. 친절히 한국어 자막 있는 영상까지 찾아서 알려줬던 .. ㅋㅋㅋㅋ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뮤비가 엄청 웃기다고 했던 것 같아요.
신입생 환영회가 끝나고도 한 3시간 정도 더 이야기 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줘서 좋기도 하고 신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국적이나 나이를 떠나 친구가 되는 경험은 저에게 처음이라 .. 신기하기도 하고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어서 조심스럽기도 하고 아무튼 재미있는 경험인 것 같아요. 서투른 언어로도 마음을 주고 받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기숙사에서 생활하길 잘했다 생각했어요!
ㄷㅏ 담지 못한 이모저모 ~
늦었지만 4월을 함께한 컨텐츠들
다행히 한국에서 책 몇권을 가지고 왔어서 읽었어요. (제가 진짜 잘 챙겼다고 생각한 것 중에 하나 !!) 인스타에서 몇 번 읽었던 칼럼을 쓰던 분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인생 책 이라고 했던게 기억나서 궁금해서 읽어봤어요. 고전 책은 처음이였는데 그렇게 길지도 않고 사랑 이야기여서 그런지 고전 입문용(?)으로 좋았던 것 같아요. 고전의 매력을 알게 된 느낌 ㅎㅎ 다른 고전 책들도 꼭 읽어볼래요!
일본에 와서 일도 안하지, 학교도 안가지 시간이 많아진 저는 '더 커뮤니티'를 시작했어요.
웨이브에서 첫달 100원이라고 해서 바로 결제했습니다. 주변에서 너가 꼭 좋아할거라고 추천해주기도 하고 프로그램에 대한 칼럼들을 먼저 읽었어서 탈락 개념이 있는 서바이벌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 하 결론은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봐왔던 서바이벌 구성 요소와 달리 정치, 젠더, 계급, 사회윤리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12명의 출연자들의 서바이벌 이라서 그런지 보는 순간 순간에도 생각이 많아지고 .... 마음이 어려워져서 기 빨리기도 했는데요. 다들 하는 말이지만 서바이벌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 예능은 정말 추천합니다. 세상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창을 소개받은 느낌이에요. 나의 가치의 중점도 알 수 있었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사회 문제나 정치에 대해서도 편협적인 시간이 아닌 객관적인 시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작년에 '그믐'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온라인 책읽기로 임솔아 작가의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를 읽었었는데 그때 주고 받았던 댓글이 떠올랐어요.
실제로 더 커뮤니티를 보다보면 맥락을 알기 전과 후의 나의 시선이 달라짐을 알 수 있었어요.
누구에게나 있어 '맥락'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맥락을 알더라도 품을건지, 품지 않을건지에 대한 선택의 자유는 존재하겠지만 .. '우리는 우리를 정말 잘 모르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알아야 하는게 중요한지도 몰랐구요. 서로의 배경을 알고 우리의 맥락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더 풍성한 토의를 거칠 수 있을 것이고 비판과 혐오보다 진정한 대화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해보기도 했어요. 여전히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렵지만요.
저를 돌아보게 만들었던 하마의 글을 첨부하며 마무리 합니다 😉
추신
여러분의 맥락을 알려주세요!
의 4월은 어땠는지 알려주시면 더욱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 없겠지만 우리가 이어져있다는 것만큼은 강력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