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 전 뉴스레터에서 부터 입이 닳고 닳도록 말했던 한국도 잘 갔다 오고 오빠 결혼식도 잘 마무리했어요. 또 엄마랑 함께하는 일본 여행도 잘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온 상태예요. 멈춘 일상 뒤 몰아치는 시험과 과제들에 정신이 없었네요.
이번 뉴스레터는 한국에서부터 가족들과 함께했던 약 10일 동안 잘 먹고 잘 만나고 또 잘 헤어진 시간을 기록해 보려고 해요.
오늘 뉴스레터도 즐겁기를 바라며! 💌
(아 사진이 엄청 많아요 .. 데이터 주의 .. 참고해주세요!)
한국으로 출발하기
- 약 두 달 만에 한국으로 가는 날! 새 운동화와 새 마음으로 공항을 향했어요!
한국으로 가는 것만으로도 기뻤지만 오빠의 결혼식 덕분에(?) 걱정 반 설렘 반 했던 마음들
- 도착하고 보니 각자 개성 넘치는 알록달록 캐리어들
- 출국장 나오자마자 사촌 동생들한테 이것 저것 추천해주면서 편의점 털어주고 ㅎㅎ
-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청주까지 가는데 꽤 시간이 걸렸고.. 이모부가 먹고 싶다고 하셨던 닭갈비로 저녁에 드디어 제대로 된 한끼를 먹었어요 .. 라면사리 말고 우동사리로 먹어야 한다고 적극 추천했는데 다들 맛있다고 해줘서 엄청 뿌듯했어요. '이것이 진짜(?) 한국 닭갈비 맛이다'라는 요상한 자부심이 생겼던 날.
- 처음으로 돈 내고 받아본 헤어와 메이크업 ... 7시 30분 타임이었는데 샵이 이미 그 전 타임 사람들로도 바글바글 했어요. 디자이너분한테 여쭤보니 주말은 보통 아침 5시 30분부터 예약이 있다고 했어요. 신부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도 신기했고 '아침부터 저처럼 결혼식 가거나 결혼식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새삼 생각해 보게 되었던 날이네요... 시간이 없어서 머리를 다듬지도 뿌리 염색도 못하고 가서 아쉬웠지만 전문가의 손길은 역시 다르다고 느꼈어요.
- 결혼식은 정말 정신없게 흘러갔어요. 그래도 오빠 덕에 그리운 사람들을 되게 오랜만에 만났어요. 저 자체를 못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느꼈어요 😂
- 전에 일했던 스타벅스도 잠깐이지만 들리고 그래서 정말 궁금했던 매실 피지오도 마셔봤어요. 친구랑 마실 수 있게 음료도 2개나 만들어 주셨어요. 우헤헤 감사합니다 🍀 요즘은 바닐라 크림 콜드브루가 정말 많이 생각나요. 일본에는 안팔아서 .. 참 아쉽고... 일본은 한국에 비해 카페가 많지 않아서 참 아쉬워요. 테이크아웃 안되는 카페들도 많기도 해서 구글 지도로 꼭 알아보고 간답니다... (앗 아마 나고야라서 그런걸수도 있어요)
- 그리고 금요일에 한국 도착해서 일요일 점심 비행기로 떠나는 일정이라 정말 하루하루가 정신 없었어요. 특히 결혼식이 식만 끝났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부모님도 너무 바쁘셔서 집에서 여유롭게 밥 먹을 생각도 못했어요. 지금은 무엇보다 어무니가 만들어 주신 김치찌개를 한 입도 못 먹고 온 것이 여전히 너무 아쉬워요!!
- 그래도 일본에서 시간 내서 와준 동생들에게 한국에서 먹고 싶다는 건 최대한 다 먹고 돌아가게 해주고 싶어서 카페도 가고 (덕분에 드디어 아샷추를 마셨어요! 이디야 아샷추가 아닌 게 아쉽지만 ... 그래도 조하 ~ ) 삼겹살이랑 탕후루도 먹고 인생네컷도 소개시켜 줬어요!
일본으로 돌아오기
- 평소에 손잡기를 허락해주시지 않기 때문에 여행 핑계로 엄마랑 손 잡고 걸어다니고 마침 엄마랑 있을 때 엄마가 한국에서 보낸 편지가 도착해서 엄마랑 같이 읽기도 했어요. 읽으면 100프로 울 것 같아서 엄마 앞에서 읽고 싶지 않았는데... 엄마가 빨리 읽어보라고 해서 괜히 센 척하면서 장난치면서 읽었어요... 엄마 괜히 장난친거 사실 이런 이유였어 ... 😬
- 츠루마이 공원 가서 엄마랑 여유롭게 피크닉 하면서 꽃구경도 했어요. 특히 엄마랑 하는 꽃구경은 정말 재미있어요. 모르는 게 없으시거든요. 길 가면서 잎만 봐도 어떤 꽃인지 혹은 뭘 심었는지 바로 아세요. 대단하다고 칭찬하면 엄마는 "시골에서 살았어서 그래"라며 부끄러워하시지만 저는 엄마의 그런 점이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고 생각해요.
- 이날은 학교에 가야 해서 공원에서 엄마랑 헤어졌어야 했어요. 그래서 걱정이 많았는데 무사히 엄마가 혼자 지하철 타고 기숙사까지 가셨어요. 한국에서와 달리 일본에서는 마치 제가 엄마의 보호자가 된 것처럼 엄마한테 이것 저것 알려주고 걱정하는 제 모습이 순간 낯설면서도 오묘한 감정을 느꼈어요.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
- 할머니, 할아버지랑 엄마랑 함께 차차 산책하고 엄마는 열심히 유심 교체 방법에 대해 공부하고 이모부 집에 도착해 있는 신문은 왠지 그립게 느껴지고
- 할머니 텃밭에서 자란 블루베리들도 먹고 이모부의 정성 가득 오니기리도 먹고 마지막 날이라 엄마랑 둘이서 오붓하게 산책도 했어요!
잘 헤어지기
- 엄마랑 마지막으로 맛있는 소바를 먹고 인사했어요. 아침까지만 해도 눈물 날 것 같다고 하더니 우리 둘 다 담백하게 헤어졌어요. 다행이였지만요 😂 (+ 공항 갔다가 이모부가 받아주신 가죽 비행기 키링)
- 엄마랑 헤어지고 슬픈 마음을 달래러(?) 이모랑 이모부랑 처음으로 보트 게임 하러 왔어요. 이모부가 궁금하다고 해서 따라간 거였는데 생각보다 엄청 컸어요. 경마 같은 모터보트 경주(競艇)였어요.
- 이모부가 가자고 하셨을 때 처음에는 놀라서 대뜸 합법 맞냐고... 물어봤는데 파칭코처럼 나쁜 이미지도 아니고 보트 경기 볼 겸... 내기도 할 겸? 이런 느낌이라고 저는 이해했어요. (일본어로 설명하시다보니 😂) 막상 안으로 들어갔더니 정말 가족 단위로 와서 아이들도 많고 커플들도 꽤 많이 관중석에 앉아있길래 신기했어요.
- 모터보트 경주 전문가들이 예측한 신문을 사서 거기서 나름 유리한 정보를 사용해 이길 것 같은 순번을 작성해서 배팅하는 그런 시스템 같았는데 셋 다 초심자들이라 .... 약 1000원에서 2000원씩 배팅하고 경기 봤어요. 저 신문에 모터보트 선수들의 정보들이 써져있는데 20대 초반부터 50대 후반까지 선수들의 연령대가 다양해서 신기했어요. 전문가들이 적어놓은 혹독한 악평도 심상치 않았고 ㅋㅋㅋ ㅠ 예로 발 빠른거 빼고 형편없음 이런 느낌의.... 아무튼 새로운 경험이였어요.
그래도 공항에서 바로 기숙사로 돌아갔으면 좀 헛헛했을 것 같은데 이모와 이모부랑 밖에서 좀 더 시간 보내고 들어가니 덜 헛헛 했던 것 같아요.
그나저나 한국은 많이 덥다고 하던데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한국보다 일본은 현재 기온이 높지는 않은데 역시 습도와 자외선이ㅎㅎ .. 여기는 이제 장마가 시작한 것 같아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비가 오고 있어요.
여름은 푸르고 싱그러워서 좋은데 더위에 약한 저라서 여름이 가깝게 지낼 수 없는 사이처럼 느껴지네요. 그래도 이번 년도 여름에는 좀 더 가까워지면 좋겠어요.